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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런저런 세계적인 흐름에 대한 생각(미국,중국,기축통화, 제국의 몰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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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언제부터 기축통화국이 됐을까? 그럼 언제까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전에 다뤘던 '기축통화의 역사' 글에서 정리한 적이 있다. 20세기 이전 금(GOLD)은 각국의 통화보다 더욱 믿을만한 재화였다. 이유는 당연하다. 일단 첫째로 희소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제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언제 무너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금과는 다른 야만의 시절이었기에 침략을 당할 수도, 왕이 바뀔 수도 있으니, 한 나라의 통화를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 이전의 기축통화국인 영국 역시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하여 금본위제(1온스당=4.25파운드)를 유지하였고 이것이 기축통화, 즉 금과 가장 유사한 수준의 신뢰를 받는 통화였기에 기축통화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영국조차 19세기 연단 세계대전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가져다준 금본위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기축통화국을 폐지한 영국의 파운드화는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인 파운드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파운드당 5달러에 근접했던 가치가 지금은 1.21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파운드는 근 100년간 대폭락을 했고 지금은 이민자와 브렉시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 역시 심상치 않다. 주요 동맹국들이 흔들리고 각자도생을 준비하고 있으며, 신흥강자인 중국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예전의 미국이라면 콧방귀도 뀌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질서는 지금 아주 천천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인류 역사상 흔치 않았던 "팍스체제(하나의 강대국이 가진 강력한 국력(군사력,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평화 질서가 유지되는 현상)"가 끝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로마제국이 번성했던 '팍스 로마나', 스페인 제국의 '팍스 히스파니카',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타니카' 그리고 현재 우리는 천조국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살고 있다.

 

한 나라, 혹은 한 문명이 무너지게 되는 계기는 다르다. 다만 1000년을 넘게 이어진 로마제국도,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제국도 언제나 쇄약해지고 무너졌다. 즉 영원한 제국은 없다.

 

몽골제국이 몰락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위대한 칭기스 칸의 죽음 이후 소모적인 후계자 경쟁, 총의 등장으로 인한 전쟁 양상의 변화(총소리에 놀란 말은 전투를 할 수 없어 몽골군의 가장 큰 무기인 기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 정체성의 상실도 이유로 꼽는다. 칭기스 칸은 죽기 전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몽골 제국은 멸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제국이 된 몽골은 그들의 정신을 점차 잃어갔다. 또 몽골 제국은 그 당시 사치로 인해 재정이 파탄 났다. 몽골제국을 분할 통치한 칭기스 칸의 자손들은 광대한 유라시아 제국을 운영하면서 벼락부자가 되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몽골제국 최고수장인 쿠빌라이칸의 4명의 황후에게 각 1만 명의 신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느 제국의 몰락기에는 언제나 사회 전반에 걸친 도덕적 해이와 구성원들의 타락, 극심한 부의 양극화를 겪는 것 같다.

 

로마제국 역시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복전쟁을 멈춘 로마의 귀족들의 타락은 고리대금으로 평민들의 농지를 빼앗고 악한 짓을 일삼았다. 국가는 잦은 정책 실패로 재정이 악화됐고, 향락주의와 시민권의 남발, 삼권분립의 와해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마의 대표 포퓰리즘으로 유명한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는 로마인들의 정신을 망가뜨렸다.

 

영국은 좀 다른 경우에 속할 수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20세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연이어 터진 세계대전과 30년대의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은 상선의 절반인 1800만 t을 잃었고, 미국의 참전으로 겨우 승리를 하면서 미국에 80억 파운드의 채무를 지게 됐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기축통화국의 필수 요소인 강력한 국력(경제력 + 국방력)을 외부 요인으로 인해 상실하게 된 경우이다. 대영제국의 힘이 약해지자 식민지들이 하나씩 독립을 선언했다. 이로서 대영제국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몽골, 로마, 영국의 사례로 볼 때 한 시대를 지배했던 강력한 제국의 몰락은 경제력, 군사력 약화로 촉발되는 것 같다. 트리거는 다를 수 있으나 그것으로 가는 방법은 잦은 전쟁, 사치, 자산의 양극화, 도덕적 해이, 정체성 상실 등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미국은 어디까지 왔을까? 현재의 미국은 아직 기축통화국으로 한 시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제국으로서 자리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의 제국들과 닮아 있는 모습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잦은 전쟁(베트남, 이라크)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현재도 해외 군사기지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재정을 지출하고 있다. 그럼 미국 내부는 어떨까? 현재 미국은 스스조차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 인해 썩어가고 있다. 미국 마약중독자 거리라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21세기 아편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하다. 총기는 또 어떤가. 매번 발생하는 총기사고로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더라도 각종 로비로 인해 총기규제는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위기 때 발생한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해 미국민들은 엄청난 생활비를 국가로부터 받았고 저축하지 않고 그대로 소비했다. 한국인이라면, 아니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만큼 미국 구성원들의 사치가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기축통화의 위치를 흔들만한 이벤트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십 년 내에 미국이라는 제국의 몰락으로 인해 발생할 크나큰 지각변동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끝나가고 있다.

그 다음은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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