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드물 것이다.
기축통화(Key Currency)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 또는 국제결재의 중심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통화국이 군사적으로 지도적인 입장에 있어 전쟁으로 국가의 존립이 문제시되지 않아야 하고,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통화가치가 안정 적어여야 하며, 선진화된 금융ㆍ자본시장을 갖고 있어야 하며, 대외거래에 대한 규제도 없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국가는 흔치 않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다양한 요건들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신뢰성이 높고 가치가 안정적인 돈’이다.
현재의 기축 통화는 미국의 달러이다. 하지만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기 전엔 어땠을까?
달러 이전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했다. 최초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 영국 파운드는 1717년 금본위제를 도입한 이후 시작됐다. 1694년 설립된 영국 은행으로 인해 영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해 있었고 또한 이 시기 영국은 정치·군사력으로도 초강대국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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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영국은 금본위제를 도입하여 금 1온스당 4.25파운드를 고정하였다. 그 결과 파운드는 안정적인 화폐로 인정받았고 1860~1914년 동안 세계 결제 통화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이러한 영국의 금본위제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흔들렸다. 세계대전의 당사자인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열강들은 미국에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된 것이다. 이후 채권국이 된 미국은 막대한 양의 금을 빨아들였고 결국 영국은 금이 부족해 1931년 금본위제를 포기하게 된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영국 파운드가 누리던 기축통화 지위도 그때부터 미국으로 이양됐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44년 미국의 브레튼우즈에 모인 연합국 대표들은 금 1온스당 35달러로 하는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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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국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잘 유지가 됐으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등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했고, 고유가와 무역 경쟁력이 약화되며 미국의 달러의 공급을 늘려야 했다. 하지만 달러는 금과 패깅 되어 있기 때문에 무리한 달러의 공급은 달러 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이 발행된 달러로 인해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었다. 이에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하게 된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닉슨 쇼크라 불리는 이 선언과 함께 세계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고, 유가상승과 신흥국의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위기에서 기사회생하게 된 계기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미국의 거래이다. 미국은 사우디 왕가를 지키는 군사적 지원을 하는 대신 원유를 살 때는 오직 달러로만 결제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렇다. 20세기의 원유는 새로운 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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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국제 거래에서 위상이 높아진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이후에도 이어갔다. 금태환 정지 이후 각국은 오히려 달러 보유액을 늘렸으며, 1971년 말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5%였던 달러 비중은 1977년 말 79%까지 치솟았다. 이후 달러는 현재까지 70년째 대표 국제 통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페트로 달러 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왕가와 사이가 나빠졌고 그와 함께 세계정세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은 자원을 무기로 사용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고, 석유 수출국 기구(OPEC)의 감산과 함께 지난 8월엔 시진핑이 사우디를 깜짝 방문했다. 만약 사우디 왕가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깬다고 선언한다면 기축 통화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더 나아가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번져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그 틈을 타 중국은 대만을 침략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런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북한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반세기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일 텐데 말이다. 세계정세가 굉장히 복잡하고 위험하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1,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그랬듯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여파로 그 수혜는 고스란히 중국으로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액 (출처 : 블룸버그통신, 올해 2월 9월 기준)
- 510억 달러 (전년동기 대비 70% 상승)
미국도 언젠가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다음 반세기내에 기축 통화국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다만 그것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임에는 분명하다. 기민한 대처만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안전하게 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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