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8년 11월 3일 결혼했다.
약 3년 이상의 연애를 거쳐 결혼을 했으니 와이프와 나는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았고, 결혼 전 이미 전세로 신혼집을 구해 결혼 전 5~6개월 정도는 미리 같이 살아서 더없이 행복했다. 돌이켜 보면 신혼집을 구할 때 미리 혼인신고를 하고 아파트 매매를 하고 싶었지만, 와이프님의 반대로 인해 그러진 못했다. 지금 부동산 시세가 많이 올라서 마음이 약간 아프다.
하지만 우린 모두 괜찮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출발이자 신혼이었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로 아직도 좋다.
시련의 시작
순탄했던 신혼 생활에 누군가 태클을 걸어온다.
때는 18년 10월 중순경 모든 결혼식 준비와 신혼여행 준비까지 끝냈다. 이제 일주일 뒤인 11월 3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갔다 오면 법적으로는 아직이지만, 주변인 모두에게 나는 결혼한 사람이 된다. 어느 날과 똑같았지만, 결혼 일주일을 앞둔 어느 날 퇴근 후 집 앞에 무슨 쪽지가 하나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쪽지를 보는 순간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붙여 있는 쪽지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이 경매가 접수되어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배당요구 종기일까지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라는 것.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내용에 너무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나와 와이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음날 나는 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이 경매가 넘어갔다는데 무슨 일이냐 설명을 요구했고, 집주인은 잠시 본인이 돈을 빌려준 누군가가 문제가 생겨 생긴 일이고 본인이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본인이 갖고 있는 집이 수십 채라며 안심하라고 했다. 근데 모르는 누군가가 고작 몇 마디로 안심하란다고 해서 내가 안심이 되겠는가. 정신없이 준비한 결혼식 전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일이 닥쳐온 셈이다. 마음 한편에 묵직한 불편함을 달고 있는 채로 그래도 결혼식이 먼저이니, 결혼식도 마치고 신혼여행도 잘 다녀왔다.
다시 복귀 이후, 본격적으로 나는 변호사 사무소, 법원 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했고, 경매절차가 진행된다면 내가 전세금을 손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집주인의 말처럼 잘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알아보니 현 집주인은 부동산 버블과 함께 생겨난 무수히 많은 갭 투기꾼 중 한 명이었다.
나중에 이 집에 경매를 신청한 업체와도 통화해보니 현 집주인을 전문 사기꾼이라고 표현했다. 제주도부터 부동산을 훑고 올라오며 이와 비슷한 여러 갭 투기, 경매 관련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것. 뭐 이건 그 사람들의 말을 들은 것이기에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현 집주인이 어느 순간부터 내 연락 자체를 씹어버리는 것을 보고 사기꾼인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약 4~50대 정도 되는 듯한 그 아줌마의 성은 육씨다. 그래서 나는 편의상 그 아줌마를 이때부터 '육지매'라 불렀다.
정말 계약이라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 생각 없이 이전부터 전세계약을 많이 해왔기에 다들 이렇게 하나 보다 생각했지만, 이번처럼 숨어있는 함정에 걸리는 건 확률일 뿐, 어느 누가 잘나고 못나서가 아니다. 정말 재수가 없으면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전세계약을 할 때 아래의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
우선 내가 이 집에 대한 권리의 1순위가 되려면
해당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의 근저당이 없어야 하고 (계약 전 근저당이 잡혀있으면 1순위가 아니다.)
이삿날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 역시 바로 받아야 한다.
나머지 하나의 조건은 부동산 점유에 관한 것인데, 이건 이삿날부터 바로 성립되니, 문제없다.
위의 조건을 충족했을 때, 그다음 날부터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리가 생긴다.
이를 대항력이라고 한다.
이 대항력은 본인이 해당 부동산의 권리의 1순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돈을 손해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집주인의 무리하게 갭 투자를 하다가 부동산 거품이 어느 순간 훅 꺼져서 망했다고 치자,
혹은 집주인이 다른 사업에 은행에 대출을 받아 크게 망했다고 치자.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무자들은 집주인의 현금과 부동산 등을 찾아 손실을 매우려 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또한 집주인이 갖고 있는 재산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에게까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집주인의 빛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처분되지 않으려면 대항력을 꼭 갖춰야 한다.
만약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확정일자를 안 받았다던지 해서 대항력을 갖지 못했다면???
그 순간부터 나의 전세금은 집주인의 무리한 투자의 손실을 메우는데 쓰이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길까 라는 안일함의 대가로
본인의 목에는 사원증 대신 깡통이 차여 있게 된다.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직도 대항력을 갖추지 않는 사람이 있진 않겠지만, 꼭꼭 그런 사람이 없길 바란다.
나는 대항력이 있다. 하지만 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나는 내 권리가 명확한 지부터 다시 재확인해야 했다.
물론 명확히 했으나, 억 단위의 돈이니 돌다리를 두들기는 과정은 필수였다.
확인해보니 나는 이삿날(3월) 전후로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모두 받았고, 이 집의 근저당이 잡힌 날은 8월 즈음이었다.
그러니 내가 1순위인 것이다. 다행이었다.
이제 나에게 생기는 경우의 수는 2개다.
1. 경매가 기각된다. -> 2년 계약이 종료되고 집주인의 재산을 추심한다.
2. 경매가 낙찰되면 배당금을 받고, 나머지 전세금은 집주인 재산을 찾아 추심한다.
어찌 됐건 나는 법원을 다니며 싸움을 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던 진행되지 않던 육지매의 재산을 찾아 경매를 걸어야 한다. 이 점이 아쉬웠다. 권리가 명확한대도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더군다나 법원에서 이런저런 과정들은 복잡하거니와, 시간도 엄청나게 걸린다. 해결되는 시기도 미지수이다 보니, 내 전반적인 이사 등 향후 1년간의 계획이 전부 틀어지게 된다. 권리가 명확해도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나는 일단 내 권리에 대해 명확히 법원에 알려야 했다. 쪽지에 쓰인 권리 및 배당신청을 우선으로 했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신청하고 경매 진행까지만 해도 몇 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경매 진행 후 해당 경매는 기각이 되었다. 보통은 유찰될 경우 3회까지 가격이 낮아지며 진행되는 것이 절차라고 알고 있으나, 권리가 명확해서인지, 남는 게 없어서인지 1회 유찰되고 바로 기각이 되어버렸다. 그건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때쯤 나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전세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법원, 법률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육지매의 재산을 추심하고 경매하고 등등 여러 가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는 하나의 엄청난 희소식을 뉴스에서 들을 수 있었다. hug주택도시 보증 공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신청기한을 한시적으로 늘려준다고 한 것.
아마 많아진 갭 투기꾼들로 인해 작년부터 전세보증금 관련 피해 신고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 사기 사건도 시사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다뤘을 정도로 사례 역시 어마어마하다.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온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나 같은 신혼 직장인들 혹은 사회 초년생들 이였다.
기존에는 가입 가능 기간이 전세 계약 후 1년이었나, 6개월까지만 받는 것이었으나 나처럼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신청을 받아 준다는 것이었다. 바로 나는 여의도에 있는 서울 서부지사로 달려갔다. 신청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서류들을 챙겨 접수를 했고 통과가 되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전세계약이 종료 후 육지매와 엮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손해보험이다.
만약 나처럼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치자.
계약 종료일 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hug에서 보증금 지급 신청을 받아준다. (1개월 내에는 사고로 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가입자가 사고가 발생하여 보증금 지급 신청을 하면, 주택도시 보증 공사가 대신 전세금만큼의 돈을 준다.
그리고 주택도시 보증 공사에서 집주인의 돈을 경매도 하고, 압류도 하고~ 해서 남은 싸움을 대신해주는 보험이다.
요새처럼 부동산 거품도 많고, 전세시세도 출렁일 때는 꼭 들어야 할 보험이다. 아주 좋은 보험이다.
SGI서울보증보험에서도 해당 상품이 있다고 한다. 근데 저기서 하는 건 사고 발생 시 전액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이라도 들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입 조건이나, 사고 시 지급하는 돈이 다른 것 같다. SGI는 전세금의 몇% 지급, 이딴 식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꼭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들도록 하자.
사실 이번 부동산의 전세계약 초기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려 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반환보증이 뭔지도 모르는 때 였어서, SGI에 전화했다가 조건이 안된다는 소리를 듣고 hug에 전화해보지도 않고 신청을 안 했었다.
조건도 hug랑 다르고 사고 시 지급액도 적은 SGI에는 전화조차 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 추천할 것은 전세계약 전 hug가입이 가능한 부동산 물건인지 꼭 미리 조회하여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부동산의 종류와 시세 전세보증금의 비율 등에 따라 가입 여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부동산의 소유주(집주인)가 갭 투기꾼이면, hug에서 이미 다른 부동산에 대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가입이 안될 수도 있다. 쉽게 예를 들어 우리 집 갭 투기꾼 '육지매'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부동산의 전세계약은 hug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안 받아줄 수 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꼭 계약 전 hug에 가능한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계약에 눈이 먼 공인중개사들의
'여기 집주인이 큰손이라 안전해요'
'근저당 있어도 집값, 건물값의 6~70% 안 넘어가면 괜찮아요'
라는 개소리에 속지 말자.
그 공인중개사들도 정작 경매 넘어가면 잠수 타고 안면 몰수한다.
전월세 사기의 많은 피해자들이 공인중개사한테 속았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사기꾼이 집주인 일지, 공인중개사 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맡기지 말고, 번거롭더라도 본인이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알아 보고 판단한 것만 믿길 바란다.
어찌 됐건 나도 hug덕에 상황이 나아졌다. 언젠가는 전세금 모두를 돌려받을 수 있었겠지만, 긴 진흙탕 싸움을 해야 했던 나의 시간을 지켜줬다. 다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hug의 유연함에 고마움을 느낀다.
전세금은 hug에서 대신 줄 것이고 육지매와의 잔액 싸움은 국가에서 대신해준다.
2주전 3월 18일 전세계약기간이 끝났다. 역시 사기꾼 '육지매'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4월 18일부터 hug에 지급신청을 할 수 있다. 나는 hug에 보증금 지급 신청을 하기 전 마지막 절차인 '임차권등기명령'을 하기 위해 얼마 전 법원을 다시 찾았다. '임차권등기명령'도 하기 위해선 아주 여러 가지 서류를 갖고 가야 한다. 이것도 사람들이 많이 잘 모르는 주제인 것 같아, 다음번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법에 대해 포스팅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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