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를 신청하고 기다리던 중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동안 무슨 수를 써도 연락할 수 없었던 집주인 육지매에게서 온 편지였다.
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라고 했다.
나를 포함한 여러 근저당권설정으로 세입자들에게 친 전세사기로 인해 고소미를 먹은 모양이다.
하긴 나 역시 전세보증보험에 들지 않았다면, 그를 고소했을 것이다.
그는 왜 나에게 편지를 썼을까?
물론 의미가 있는 편지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러 부동산을 갭투기하며 사기를 치는 강심장의 소유자가, 단지 미안하다는 이유로 나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 생각에 육지매는 나를 비롯한 세입자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혹 본인의 죄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자세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내려고 했을 것이다.
(편지도 자세히보면 복사본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미안하고 본인은 정말 모르는 피해자가 아니라, 형량을 줄이려는 지극히 자신을 위한 행동인 것이다.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세상이 이렇게 무섭다.
이년은 분명 수년간 이런 동일한 수법으로 수십 채 사기 쳐놓고 구속되기 전 현금화를 통해 몇십억 숨겨놨을 것이다.
나 같은 신혼부부들, 사회초년생들, 나이 드신 분들을 상대로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쳤을 것이고,
법도 잘모르거나, 먹고살기가 바빠서,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누군가는
결국 수억을 이 육지매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넘겼을 것이다.
그렇게 깔끔하게 당한 세대가 만약 은행에서 대출받았을 경우(대부분이 대출을 받는다),
전세금도 날리고 대출받은 원금과 이자 모두 세대원 모두가 몇 년 동안 갚아야 할 것이다.
당한 사람과 그 가족들은 얼마나 피가 거꾸로 솟을까.
돈이 크나큰 권력이자, 대다수가 가진 인생의 목적이 돼버린 이 세상에서
이런 류의 범죄는 한가정을 파탄 내기에 충분하다.
예전에 안철수가 정치인이 되기 전 어떤 강의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강도 살인 등의 중범 죄보다 금융사기나 이런 대형 사기꾼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금융사기범을 일벌백계하여 수십 년의 형량을 때려야 한다고 말이다. 매번 금융사기범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비슷한 사기가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이다.
이들 입장에선 수십, 수백억씩 해 먹고 몇 년 살다가 나오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장사겠지
아니, 이 씨벌년 하나가 몇십 명의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몇백 명의 인생에 마이너스 에너지를 끼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이런 사기꾼이 한둘일까? 부동산 갭 투기꾼들 중 사기로 피날레 장식하는 놈들 엄청 많을 거다.
법이 잘못돼도 정말 한참 잘못됐다.
글 쓰다가 갑자기 흥분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육지매를 어떻게 하면 엿을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도,
어차피 이제 곧 보증보험에서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나에게 손해는 전혀 없기에,
아휴 그냥 내버려 두자 라는 생각도 든다.
근데 진짜 의식주 갖고 장난치지는 말자.
사기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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